디트리히 본회퍼가 2차 세계대전 끝날 무렵 생애 마지막 순간 베를린 감옥에서 쓴 글.
나는 누구인가?
나는 누구인가?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
나는 감방에서 걸어 나올 때
마치 지주가 자기 저택에서 나오듯
침착하고, 쾌할하고, 당당하다고 말한다.
나는 누구인가? 그들이 종종 말하기를
나는 간수에게 말을 건넬 때
마치 명령하는 권한이 있는 듯
자유롭고, 친근하고, 분명하다고 한다.
나는 누구인가? 그들이 또한 말하기를
나는 불행한 날들을 견디면서
마치 승리하는 데 익숙한듯
평온하고, 미소 지으며, 당당하다고 한다.
그러면 나는 정말 다른 이들이 말하는 그런 존재인가?
아니면 나 자신이 아는 그런 존재일 뿐인가?
새장에 갇힌 새처럼, 불안하고 뭔가를 갈망하며 병든,
손들이 내 목을 조르고 있는 듯 숨가쁜,
빛깔과 꽃들과 새 소리에 굶주린,
친절한 말과 이웃에 목마른,
압제오 사소한 모욕에 분노로 치를 떠는,
위대한 사건들을 간절히 고대하는,
무한히 멀리 있는 친구들로 인해 힘없이 슬퍼하는,
기도하고, 생각하고, 만드는 데 지치고 허무해진,
무기력하게 그 모든 것과 이별할 채비를 갖춘 그런 존재?
나는 누구인가? 이것인가, 저것인가?
오늘은 이 사람이고 내일은 저 사람인가?
나는 동시에 둘 다인가? 타인 앞에서는 위선자,
내 앞에서는 한심스러울 만큼 슬픔에 잠김 약골인가?
아니면 이미 성취된 승리로부터 혼돈 가운데로 도망치는,
내 속에 여전히 살아 있는 패잔병 같은 그 무엇인가?
나는 누구인가?
그들은 나를 조롱하고 이 고독한 질문을 비웃는다.
내가 그 누구든지, 오 하나님 당신은 아나이다.
내가 당신 것인 줄을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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